하나님의교회 안상홍님 어머니하나님 사랑을 전해요 [아버지의 전화]
아버지의 전화
[하나님의교회 안상홍님 어머니하나님 사랑을 전해요]
“우리 딸내미, 뭐하냐. 연락도 안 하고….”
“어, 아빠? 웬일이세요? 무슨 일 있어요?”
“에끼!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하냐? 요것이 아빠한테 연락도 한 번 안 하고. 잘 지내는지 어쩌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아, 깜짝 놀랐잖아요. 엄마가 얘기 안 하셨어요? 엄마한테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갑자기 말문이 막혔습니다. 가만 생각해보니 친정 엄마한테는 수시로 전화를 했는데 아버지와의 통화는 손가락으로 셀 만큼밖에 되지 않는 겁니다.
“아, 아빠 일하시는데 바쁘실까 봐 그러죠.”
얼렁뚱땅 둘러대는 딸의 핑계에 아버지는 금세 서운함을 감추고 몸은 건강한지, 생활은 어떤지, 이것저것 물어보셨습니다. 그날따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평소에 물어보지 않던 일들까지 염려하시며 궁금해 하셨습니다.
“어…, 그런데 아빠, 제가 지금 좀 바빠서요. 나중에 연락 드릴게요. 건강하시고요.”
한창 일하고 있던 중이라, 일과가 끝난 저녁참에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할 요량으로 후다닥 끊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일로 전화 드리는 것을 깜박 잊어버린 다음 날 아침,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누나, 아빠 지금 입원해 계셔. 몰랐어? 한 3일 된 것 같은데 전화 좀 해 봐. 그러고도 딸이야?”
남동생의 말에 마음 한구석이 뭉클해진 저는 곧바로 아버지께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하시다 팔에 금이 가서 병원 신세를 지게 된 아버지는 저에게 쓸데없는 걱정 말라며 신신당부하셨습니다. 오로지 “너 건강해야 한다, 밥은 꼭 챙겨 먹고, 언제든 고향에 한번 내려와라, 보고 싶다”는 말씀뿐이셨습니다.
참 힘드셨을 텐데 자식에게 위로받지도 못하고 오히려 자식이 걱정할세라 속으로만 삭이셨을 아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잊고 있었던 아버지와의 추억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아기였을 때부터 학창시절까지 소소한 일상들을 카메라로 찍어 손수 여러 권의 앨범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늦은 밤까지 일하느라 고단하시면서도 저와 동생이 제일 좋아하는 바닐라맛 아이스크림과 달콤한 과자를 두 손 가득 사 오시면 우리는 새빨개진 두 눈을 비벼가며 마냥 좋아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아버지가 직장에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휴가를 내시면 우리 가족은 낡디낡은 자가용을 타고 신나게 여기저기를 여행도 다녔습니다.
학창시절 시험 준비로 많이 힘들어 할 때도,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있었을 때에도, 늘 저의 모든 투정을 들어주시고 묵묵히 지켜봐주셨던 아버지셨습니다.
하지만 저는 결혼식 때, 뜻 모를 깊은 한숨을 푹푹 내쉬는 아버지 앞에서 “요즘은 결혼식장에서 울면 촌스럽대요”라며 아버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핀잔하던 철없는 딸이었습니다. 결혼 후에도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엄마에게 털어 놓으면서도 아버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이해해주시는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아침에 직장에 나가시면 저녁까지 일만 하시는 아버지, 언제나 조용하고 과묵하신 아버지는 외로움도, 기쁨도, 슬픔도 별로 없는 분인 줄 알았습니다. 부모의 나이를 먹고 사는 것이 자식이라더니, 아버지는 요즘 들어 부쩍 야위시고 키도 작아지시고 주름도 많아지셨습니다.
매연과 가스, 먼지가 풀풀 날리는 현장에서 온종일 일만 하시며 딸을 키워냈건만 한 달에 한 번 안부 전화받기도 어려운, 외로운 아버지셨습니다. 저는 참으로 무심한 딸이었습니다.
“아빠? 저예요.”
“어? 딸? 딸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이냐. 무슨 일 있냐?”
“아빠는… 꼭 무슨 일이 있어야 전화하나요? 자식이 부모님께 안부 전화하는 게 당연하죠. 하하.”
모처럼 만의 딸 전화에 전화 요금 많이 나온다며 어서 끊으라 하시면서도 아버지가 얼마나 행복해하시는지 목소리만 들어도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의교회 안상홍님 어머니하나님의 자녀, ELOH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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